(스포 주의) 제작비 10억으로 6900억 벌어들인 공포영화, 옵세션 결말이 소름 끼치는 진짜 이유

제작비 75만 달러(약 10억 원)짜리 저예산 공포 영화가 전 세계에서 5억 570만 달러(약 6900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제작비의 650배가 넘는 수익이고, ‘백룸’을 넘어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공포 영화로 올라섰습니다.

9월 2일 국내 개봉한 ‘옵세션’(Obsession) 얘기입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3%, 시네마스코어 A마이너스까지 받으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는데, 정작 결말을 둘러싼 비하인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감독이 원래 준비했다가 촬영까지 마치고 엎은 다른 결말이 있었고, 영화 내내 저주받은 물건처럼 보이는 ‘원 위시 윌로우’ 역시 감독이 직접 나서서 “저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설정입니다.

“사랑해 줄게, 죽을 때까지.” 영화 ‘옵세션’ 런칭 포스터. 사진제공 = 유니버설 픽쳐스

짝사랑하던 친구가 소원 하나로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옵세션’은 1999년생 유튜버 출신 커리 바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촬영 기간은 20일, 제작비는 75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뒤 입소문을 타며 미국 박스오피스를 뒤집었습니다.

주인공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악기점에서 일하는 내성적인 청년입니다. 7년째 직장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니키(인디 나바레트)를 짝사랑하지만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반려묘를 잃은 상실감에 빠진 베어는 우연히 들른 골동품 가게에서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는 나뭇가지 ‘원 위시 윌로우’를 손에 넣습니다.

니키를 집까지 데려다준 밤, 자신의 나약함에 실망한 베어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빕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니키는 정말로 베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다가옵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지나치게, 그리고 무섭도록 완벽하게 이뤄졌다는 데 있습니다.

소원이 이뤄진 뒤 니키와 베어. 사진제공 = 유니버설 픽쳐스

여기서부터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를 다룹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섹션은 건너뛰고 아래 평점과 흥행 기록 부분으로 넘어가는 걸 권합니다.

소원을 취소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소원이 이뤄진 순간부터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악몽으로 방향을 틉니다. 니키의 애정은 점점 집착으로, 다시 스토킹과 폭력으로 번지고, 베어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습니다.

원 위시 윌로우 제품 뒷면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상담원은 “소원을 취소하는 방법은 소원을 빈 당사자가 죽는 것뿐”이라는 말만 남깁니다. 결국 베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주를 끝내려 하지만, 니키가 또 다른 원 위시 윌로우를 찾아내 “베어도 나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강제로 만들어진 사랑이 양쪽 모두를 집어삼키는 순간으로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원래는 니키까지 죽는 결말이 될 뻔했습니다

커리 바커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지금과는 다른 결말을 준비했었다고 밝혔습니다. 저주에서 풀려난 니키가 죄책감과 상실감을 못 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로미오와 줄리엣’식 비극 엔딩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버전은 촬영까지 마쳤습니다.

결말을 지금의 형태로 바꾼 건 아버지이자 공동 제작자인 제프 바커의 설득이었습니다. “니키가 죽는 것보다,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로 살아남는 쪽이 훨씬 더 끔찍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감독은 이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지금처럼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영원히 묶여버리는 결말로 완성됐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보다, 강제로 만들어진 사랑에 갇힌 채 살아가야 하는 쪽이 더 무섭다는 판단이었던 셈입니다.

원 위시 윌로우는 사실 저주받은 물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원 위시 윌로우 자체가 저주받은 물건처럼 느껴지지만, 감독은 이 설정을 명확히 부인했습니다. 원숭이 손처럼 소원을 악의적으로 비틀어 들어주는 물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계관 안에는 이 나뭇가지를 사용하고도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조건 자체는 흉악하지만, 소원이 뒤틀려서 이뤄지는 건 물건의 저주 때문이 아니라는 게 감독의 설명입니다.

그러면 베어의 소원은 왜 이런 결과로 이어졌을까요. 감독이 짚은 지점은 소원의 내용 자체입니다.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무시하고 강제로 사랑을 얻으려 한 행위 자체가 이미 문제였다는 겁니다. 사랑이 강요로 만들어지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메시지가, ‘옵세션’이 초자연적 소재를 빌려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평점과 흥행 기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옵세션’의 성적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 내용
로튼 토마토 신선도 93퍼센트(평론가 323명 기준)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94퍼센트
메타크리틱 100점 만점에 77점
시네마스코어 A마이너스
제작비 75만 달러(약 10억 원)
전 세계 박스오피스 5억 570만 달러(약 6900억 원)
북미 박스오피스 2억 6350만 달러

호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시네마스코어 A마이너스에, 역대 공포 영화 흥행 순위 5위(물가 상승률 미반영)까지 올랐습니다. 코지마 히데오 감독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이 니키 역의 인디 나바레트 연기를 콕 짚어 호평했고, 국내에서도 평일 저녁 상영관이 꽉 찰 정도로 초반 반응이 뜨겁습니다.

국내 개봉 정보

‘옵세션’은 유니버설 픽쳐스 배급으로 9월 2일 국내 극장에 걸렸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상영 전 나이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귀신이나 점프 스케어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의 정적, 초점 나간 눈으로 상대를 가만히 응시하는 장면들로 긴장감을 쌓는 연출이라, 자극적인 비주얼보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즐기는 관객에게 더 잘 맞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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