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대 팔린 데스크 로봇 리치미니 다음, 허깅페이스가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을 내놓은 이유
허깅페이스 자회사인 폴른 로보틱스가 지난해 내놓은 데스크 로봇 리치미니(Reachy Mini)는 1만 대 넘게 팔렸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8월 27일 새로 공개한 로봇은 책상에 앉아있는 로봇이 아니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오리였습니다. 이름은 마이크로덕(Microduck), 가격은 399달러이고 사전주문이 시작됐습니다.
리치미니가 보고 듣고 말하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마이크로덕은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동작을 실제 다리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춘 로봇입니다. 소프트웨어 전체가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돼 있어서 로봇이 걷고, 넘어졌다 일어나고, 물건을 집는 동작 하나하나를 직접 재훈련할 수 있습니다.
25cm, 800g, 모터 15개짜리 오리가 하는 일
키 25cm, 무게 800g의 이족보행 로봇 마이크로덕
마이크로덕은 키 25cm, 무게 800g이 채 안 되는 작은 이족보행 로봇입니다. 모터 15개로 다리와 부리를 움직이고, 전방 카메라와 소형 라이다, IMU 센서 2개를 달고 있습니다. 부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절로 움직이며 물건을 집을 수 있는 그리퍼 역할도 겸합니다.
기본으로 걷기, 앉기, 웅크리기 동작이 들어 있고, 넘어졌을 때 흔한 자세 몇 가지에서는 스스로 일어납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동작도 시연 영상에 등장합니다.
시연 영상에서 보여준 마이크로덕의 걷기 동작
전면 카메라와 라이다로 거리를 가늠해 양말이나 마커 같은 작은 물건을 부리로 집어 상자에 담는 모습도 공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치미니에 다리만 붙인 게 아니라는 설명
폴른 로보틱스는 소개 글에서 “마이크로덕은 다리 달린 리치미니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리치미니는 보고, 듣고, 말하면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데 맞춰 설계된 반면, 마이크로덕은 처음부터 물리적인 행동, 즉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동작을 실제 로봇으로 옮기는 쪽에서 출발한 로봇이라는 설명입니다.
크기를 작게 잡은 이유도 밝혔습니다. 대형 휴머노이드는 동작 학습에 실패하면 위험하거나 수리 비용이 크지만, 마이크로덕 크기에서는 실패해도 그냥 바닥에 넘어진 작은 로봇으로 끝난다는 겁니다. 덕분에 집이나 교실, 일반 작업대에서도 부담 없이 강화학습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계 철학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동작을 실제 로봇으로 옮기는 구조
MuJoCo 시뮬레이터에서 동작을 학습시키는 과정
마이크로덕의 동작은 코드로 하나하나 짜여진 게 아니라 강화학습 정책(policy)으로 만들어집니다. MuJoCo 물리 시뮬레이터에서 PPO 알고리즘으로 걷기나 물건 집기 같은 동작을 학습시킨 뒤, ONNX 형식으로 내보내 실제 로봇에 올리는 방식입니다.
로봇 내부에는 Rockchip RK3566 칩이 들어 있고, 이 위에서 여러 개의 데몬 프로세스가 역할을 나눠 맡습니다. robotd가 50Hz 주기로 제어 루프와 모터 15개를 담당하고, updaterd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실패 시 롤백을, mediad가 카메라 스트리밍을 처리하는 식입니다. 이 구성 전체가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깃허브에 공개돼 있어서, 개발자는 기본 탑재된 7개 동작을 그대로 쓰는 대신 자기 컴퓨터나 허깅페이스 잡스(Hugging Face Jobs)에서 새 동작을 학습시켜 다시 배포할 수 있습니다.
pollen-robotics/microduck 저장소 바로가기
색상 4종, 여러 대 모으면 축구도 합니다
크림, 그래파이트, 라벤더, 스카이 네 가지 색상으로 나온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동일하고 겉 색상만 크림, 그래파이트, 라벤더, 스카이 네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회사는 내부적으로 로봇 여러 대를 함께 놓고 놀 때가 “혼자 놀 때보다 열 배는 재미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로 여러 대가 함께 축구를 하거나 경주를 하는 모습을 시연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가격과 배송, 그리고 추가 구성품
마이크로덕 공식 홍보 이미지, 하단에 사전주문 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다
로봇 단품 가격은 세금과 배송비를 뺀 399달러입니다. 탈착식 NP-F550 배터리(약 1시간 사용)와 컨트롤러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어서 박스를 열자마자 조작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듀얼 충전기와 배터리 2개가 들어간 충전 팩(39달러), 여분 모터와 케이블, NFC 태그, 허깅페이스 크레딧이 포함된 개발자 팩(119달러), 레이저 포인터와 롤러 등이 들어간 액세서리 팩(39달러)을 따로 살 수 있습니다.
사전주문이 예상보다 몰리면서 회사는 신규 주문 건에 대해 연내 배송을 더는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주문 순서대로 발송하며 신규 주문 기준 배송까지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정리
마이크로덕은 완성된 장난감이라기보다 강화학습을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기본 동작 7개는 시작점일 뿐이고, 시뮬레이션에서 새 동작을 학습시켜 실제 로봇에 올리는 과정 전체가 공개돼 있어서 로보틱스나 강화학습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물건입니다. 반대로 걷고 집는 몇 가지 동작을 그대로 가지고 노는 데 관심이 있다면 4개월 이상 걸리는 배송 기간을 감안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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