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만 마셨던 양파 음료 버디언, 발목분쇄기로 불린 이유

2000년대 초반 군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버디언”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싸한 양파 냄새가 떠오릅니다. 매점도 아니고 후식으로, 그것도 한 달에 몇 박스씩 강제로 배정됐던 음료입니다. 정작 지금 20대는 이 캔을 본 적도 없습니다. 2017년에 조용히 군 보급 목록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버디언이 왜 만들어졌고, 왜 그렇게까지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고, 왜 사라졌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연도별로 다른 버디언 캔 6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 가운데 검은색 캔에 'Buddion Onion Beverage 버디언'이라고 적혀 있고 양옆으로 오렌지색, 남색, 초록색, 노란색, 분홍색 캔이 놓여 있다

연도별로 바뀐 버디언 캔 디자인. 출시 초기에는 “마이너스 2인치”라는 이름도 썼다. 출처 : 브런치 ‘마시즘’


양파가 남아돌아서 만든 음료

버디언은 전라남도 무안군의 현대영농조합법인이 만든 음료입니다. 무안은 국내 대표 양파 산지인데, 풍년이 들 때마다 양파값이 폭락해 농가 피해가 반복됐습니다. 이 남는 양파를 소비할 방법으로 개발된 게 양파 농축액 85%가 들어간 음료, 버디언입니다.

2000년 국군 PX에 처음 공급됐고, 2001년부터는 맛스타처럼 군장병 후식용으로 정식 납품이 시작됐습니다. 양파 농가 피해가 특히 컸던 2003년에는 물량이 크게 늘어, 내무실에 한 달마다 1인당 1박스씩 배정될 정도였습니다. 어떤 부대는 2주마다 1인당 1.5박스, 그러니까 한 달에 3박스가 나왔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마실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물량은 계속 쌓이는 구조였습니다.


발목분쇄기라 불린 철캔

버디언을 겪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사실 맛보다 캔입니다. 일반 음료 캔은 알루미늄인데, 버디언은 철로 만들어졌습니다. 양파 성분이 알루미늄과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과, 단가 문제였을 거라는 추측이 함께 돌았습니다.

문제는 이 철캔이 웬만해서는 찌그러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투화로 밟아도 멀쩡했고, 슬리퍼를 신고 무심코 밟았다가 발목을 다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발목분쇄기”, “발목절단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입니다. 마시는 음료보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할 물건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흰 배경 위에 놓인 초록색 버디언 캔 두 개. 캔 표면에 축구하는 사람 그림과 '버디언'이라는 한글 로고가 그려져 있다

웬만한 충격에는 찌그러지지 않았던 버디언 철캔. 출처 : 나무위키


맛으로 갈린 극단적인 호불호

버디언의 맛을 두고는 병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습니다. 첫 맛은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와 비슷한데,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양파 특유의 알싸한 뒷맛이 따라옵니다. 초기에는 사과 액기스를, 이후에는 파인애플 액을 섞어 단맛을 보완했지만 양파 향 자체를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차갑게 마시면 양파 냄새가 줄고 단맛이 도드라진다는 게 그나마 통용되던 요령입니다.

어느 부대에서는 서로 안 먹겠다고 벌칙으로 몰아주기를 했고, 어느 부대에서는 반대로 서로 없어서 못 먹었다는 증언이 함께 남아 있습니다.


부대에서 태어난 버디언 활용법

물량이 넘치다 보니 병 사이에서는 저마다의 소비 방식이 생겨났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울트라 맛스타”입니다. 버디언 60%에 다른 맛 맛스타 40%를 섞으면 양파 향이 확 죽고 마실 만한 맛이 된다는 게 당시 병 사이의 정설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조합까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원액 그대로는 마시기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찌그러지지 않는 철캔이라는 특성도 나름의 용도를 만들었습니다. K3 탄띠받침을 즉석에서 만드는 데 쓰였다는 이야기가 여러 부대에서 공통으로 나옵니다. 마시는 용도보다 다른 용도로 더 요긴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2017년, 조용히 사라진 이유

버디언은 2017년 상반기부터 군 보급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국방부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장병 급식·후식 선호도 조사에서 평균 선호도가 계속 낮게 나온 결과입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뒤집어 보면 싫어하는 쪽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고, 결국 그 평가가 보급 목록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생산사인 현대영농조합법인도 이후 버디언 자체보다는 양파즙, 양파식초 같은 다른 가공품 쪽으로 생산 라인을 옮겼습니다.


지금도 구할 수 있을까

버디언은 군 보급용으로는 완전히 끊겼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현대영농조합법인이 직접 등록한 상품으로 180ml 30캔 구성을 2만원대에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캔 디자인은 시기별로 여러 번 바뀌어서, 실제로 군생활 중 마셨던 그 디자인 그대로는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흰 배경 위에 검은색 버디언 캔 여러 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쌓여 있고, 앞쪽에 반으로 자른 양파와 통양파가 놓여 있다

지금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버디언. 출처 : 더쿠

11번가에서 버디언 180ml 30캔 보러가기


자주 묻는 질문

버디언은 지금도 살 수 있나요?

네. 군 보급은 2017년에 끊겼지만, 생산사인 현대영농조합법인이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180ml 30캔 구성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버디언 캔이 철로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확한 공식 이유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양파 성분이 알루미늄과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설과, 제조 단가 문제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함께 전해집니다.

버디언은 왜 단종됐나요?

단종이 아니라 군 보급 목록에서 빠진 겁니다. 국방부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장병 후식 선호도 조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2017년 상반기부터 더 이상 군에 납품되지 않았습니다.


정리

버디언은 남는 양파를 소비하려던 지역 농가 지원 사업에서 출발해, 정작 군대라는 폐쇄된 소비처를 만나면서 예상 밖의 밈으로 남았습니다. 철캔이라는 특이한 물성, 극단적으로 갈리는 맛, 그 안에서 병들이 만들어낸 나름의 생존법까지 겹치면서, 제품 자체보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은 셈입니다. 지금도 오픈마켓에서 구할 수 있으니, 그 시절이 궁금하다면 한 캔 정도는 직접 확인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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