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하지원 신작 제목이 ‘비광’인 이유, 화투 규칙에 담긴 뜻

오늘(9월 2일) 개봉한 류승룡, 하지원 주연의 영화 ‘비광’을 보고 제목부터 갸우뚱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로맨스도 액션도 아닌 ‘비광’이라니, 화투를 좀 쳐본 사람이라도 바로 감이 오는 제목은 아닙니다.

정답은 화투 규칙 안에 있습니다. 비광은 화투 패 중에서도 유독 대접이 애매한 패인데, 감독과 배우들은 바로 그 애매함에 영화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패, 모든 것을 걸었다.” 영화 ‘비광’ 런칭 포스터. 사진제공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화투에서 비광은 원래 이런 취급을 받는 패입니다

비광(雨光)은 화투 12월 패 중 광패입니다. 우산을 쓴 인물과 개구리, 버드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화투 48장 전체를 통틀어 사람이 그려진 유일한 패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광인데도 광 대접을 못 받는다는 점입니다. 고스톱이나 민화투에서 광 3장을 모으면 점수가 나지만, 비광이 낀 3광은 점수가 안 나거나 낮게 쳐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광패인데 광 구실을 못 하는, 한마디로 계륵 같은 패인 셈입니다.

그런데 5광(광 5장)을 완성하려면 비광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국내에 광이 총 5장뿐이라 비광 없이는 5광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홀대받다가 결정적인 순간엔 없어서는 안 되는 패, 영화 ‘비광’은 이 성질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왔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이 밝힌 제목의 중의적 의미

‘미쓰백’을 연출한 이지원 감독은 광 대접을 못 받는 패 다섯 장이 모여야 비로소 위력을 발휘하듯, 서로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해석도 감독의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류승룡은 “혼자서는 완전하지 않지만 모여서 비로소 힘을 내게 되는 중의적 의미”라고 설명했고, 하지원은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꼭 있어야 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때 정상에 있었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 그리고 살인범 누명을 쓴 동주(김시아). 사진제공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영화 속 내레이션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영화 도입부, 남미(하지원)의 내레이션은 제목의 의미를 하나 더 얹습니다. 비 내리는 날 개구리 한 마리가 급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수양버들을 잡으려 뛰어오르길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뛰어올랐다 떨어지기를 거듭하면서도 결국 살아남았다는 내레이션은, 비광이 단순히 비 오는 날의 그림이 아니라 역경을 이겨내는 끈기와 노력의 상징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화투 패 이름 하나에 계륵 같은 존재의 반전, 가족의 연대, 개구리의 끈기까지 세 겹의 의미가 얹혀 있는 셈입니다.

영화 ‘비광’ 줄거리와 출연진

‘비광’은 한때 모두가 부러워했던 정상의 부부였지만 나락으로 떨어져 남남이 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중구(류승룡)와 생계형 연예인 남미(하지원)가, 살인범 누명을 뒤집어쓴 중구의 사생아 딸 동주(김시아)를 구하기 위해 다시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중구의 어머니(김해숙)와 누나(김선영), 매형(김영민)이 힘을 보태지만, 유력 정치인(유재명)과 그 수하인 언론인(이현균)의 계략과 음모가 더해지면서 극은 가족 드라마로 출발해 스릴러를 거쳐 누아르로 흘러갑니다.

중구의 편에 서는 가족들, 누나(김선영), 매형(김영민), 어머니(김해숙). 사진제공 = 플레이그램, 콘텐츠지오

‘미쓰백’을 만든 이지원 감독은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화가 나서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고, 장르를 ‘가족 누아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론 리뷰는 배우들 연기력과 대중성에서 평가가 갈립니다

시사 후 언론 리뷰는 호평과 아쉬운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작품에서 부성애를 표현했던 류승룡은 ‘비광’에서 가장 투박하고 거친 부성애를 보여주고, 하지원도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하는 등 기존 이미지를 벗은 거칠고 강렬한 모습을 내세워 배우들의 연기력은 대체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주는 긴장감이나 이를 풀어내는 통쾌함이 기대만큼 크지 않고, 각각의 사건은 계속 벌어지는데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인과관계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9월 개봉하는 한국영화 릴레이의 선두 주자인 만큼 완성도와는 별개로 대중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는 평가입니다.

마무리

비광은 광 대접을 못 받으면서도 5광에는 꼭 필요한 패, 그리고 급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드나무를 향해 뛰어오르는 개구리. 영화 ‘비광’은 이 두 가지 이미지를 통해 홀대받던 사람들이 서로 연대해 힘을 내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9월 2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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